레닌의 추억
나는 레닌보다는 그룹스카야가 좋았고 혁명보다는 혁명가들이 좋았다.
나에게는 많은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혁명을 꿈꾸는 혁명분자들이었다. 그들의 의지는 강철이었으며, 심장은 지구를 들어 올릴 만큼 고동쳤으며, 나약한 것은 흔들리는 사람들의 사치스런 언사들이었다.
그들에게는 노동자가 우선이었지, 주변 사람들은 존재가치가 없었다. 그들은 자기의 의지가 누구보다 강한 것에 대해서 항상 강조하곤 했다.
한 때 그들 앞에서 혁명을 이야기 했다. 그들은 나의 혁명 의지에 대해서 심사를 했으며, 준엄한 꾸중도 함께 놓치지 않았다.
무엇이 그들의 혁명의지를 꺾게 했을까? 시간인가? 아님은 나름의 자기만의 철학이 형성되었던 것인가?
한때 레닌을 존경한다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이 술자리에서 나를 앞에 두고 인생을 이야기할 쯤, 지금 나는 그들 보다 이제 더 나이가 많아졌다. 나이가 들자 알게된 사실인데, 그들은 약자였다. 강자는 강하다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참 신기한 것이, 세월이라는 것은, 그렇게 심장을 요동치게 하던 생각들마져 조용히 잠재워 버렸다.
그러나 나의 20대, 그 강렬하고 매혹적인 혁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내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인생이란 마치 등산과 같아서 그렇게 힘들고 고생스러웠던 것들의 연속이었지만, 정상에서 보면 아름다운 것 같이, 그때 나의 20대는 저주와 증오의 시간이었지만 40대를 바라보는 지금.........
이제 그 과거와 조금씩 화해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나의 20대는 누구보다도 가슴벅차고, 당당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