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Happy-Doc 2010. 7. 5. 11:32

뇌졸중으로 뻣뻣해진 팔·다리, 물속에선 부드럽게 풀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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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이 뇌졸중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설마’ 했다. 중국 톈진에서 사업을 하던 이해두(56)씨는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을 진단받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지난해 7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이씨는 현지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23일 만에 한국으로 이송됐으나 한 달 반 동안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 중 하나가 좁아지거나(뇌경색), 출혈이 일어나면서(뇌출혈) 뇌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졸중의 유병률은 30세 이상에서 2%, 65세 이상에서 7.6%로 류머티스성 관절염보다 흔하다(2008 국민건강통계).

다행히 이씨는 깨어났지만 뇌졸중 후유증을 피할 순 없었다. 뇌에서 의식과 감각을 조절하는 시상(thalamus) 부위 오른쪽에 출혈이 생겨 신체 왼쪽에 편마비가 왔다. 왼쪽의 감각이 무뎌지고 없는 공간처럼 느껴지면서 균형을 잡고 똑바로 서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혼자서는 옆으로 돌아누울 수도, 휠체어에 앉을 수도, 옷을 입고 벗을 수도 없을 만큼 온몸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었다.

이때부터 끈질기고 지루한 싸움이 시작됐다. 그가 움켜쥔 ‘무기’는 재활치료.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겠다는 굳은 의지가 힘을 실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재활치료센터 신정빈 소장은 “환자의 몸은 며칠만 움직이지 않아도 근육 강직이나 관절 구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움직임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속에서 하는 재활운동인 수치료. 뇌졸중 환자의 운동기능은 환자의 노력과 지속적인 재활치료로 회복될 수 있다. [신인섭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일산병원 재활치료센터의 수(水)치료실에서 운동치료를 받고 있는 이해두씨를 만났다(사진). 가슴까지 올라오는 물속에서 치료사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걸음을 뗀다. 균형을 잡고 서서 한 발을 떼 앞으로 내딛고 다음 발을 들어 옮기는 과정이다. 이씨와 같은 환자들은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보행을 반복 훈련한다.

신 소장은 “장애가 생기면 걷기·먹기·씻기·용변 보기 등 건강할 때는 너무나 쉽게 했던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이때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언어치료사·사회사업가 등이 팀을 이뤄 환자가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다시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재활치료”라고 설명했다.

치료사가 자세를 바꿔 이씨의 상체를 안아 붙잡아주자 이씨가 두 다리를 번쩍 들어 좌우·상하로 움직인다. 신 소장은 “한쪽으로 치우친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이동시키는 연습”이라며 “환자가 아침·저녁으로 운동·작업·물리치료를 받으며 노력을 많이 해 좋아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그동안 주사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관절운동과 온열치료 등을 병행해 왔다.

이씨는 “내가 봐도 달라졌다”며 “강직으로 근육이 뻣뻣해져 한 발 내딛기도 어려울 때가 있는데 치료를 받고 나면 몸이 부드럽게 풀린다”고 어눌한 발음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손과 발 때문에 좌절도 많이 했다. 그나마 물속에선 부력으로 중력의 영향을 덜 받아 평지에서보다 움직임이 자유롭다. 이씨는 수치료를 할 때가 마음이 제일 편하다고 했다.

원하는 치료를 계속 받고 싶어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재활의학과 입원을 1~2개월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 병원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사실 재활치료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환자 1명당 치료사 1명이 30분간 1대1로 달라붙어 치료를 한다.

그러나 현장에는 그보다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었다. 일산병원 재활치료센터의 경우 전문의 4명과 전공의 9명, 재활전문간호사 13명, 치료사 40명 등 총 66명에 치료사 실습학생 인력까지 투입되고 있다. 병원 입장에선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씨는 지난 11개월간 6개 병원을 전전해야 했다. 지난해 일산병원에서 2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던 이씨가 재입원을 원해 추가로 받은 시간은 이번 한 달. 이 기간이 지나면 다시 다른 병원에 자리를 알아보고 퇴원과 입원 수속을 밟아야 한다. 이씨의 부인은 “의사 선생님이 환자의 특성을 파악해 증상이 좋아질 만하면 퇴원해야 한다”며 “환자 병간호보다 여기저기 병원에 입원장을 내놓고 입·퇴원 날짜를 맞추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글=이주연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재활치료는

초기 6개월~1년이 중요 … 신경차단술·보톡스도 도움


컴퓨터를 이용한 인지재활치료. [신인섭 기자]
재활치료는 환자를 장애 발생 이전 상태로 돌리는 ‘마법’이 아니다. 재활치료의 목표는 장애상황을 인정한 상태에서 정하는 게 좋다. 환자를 정상적으로 되돌리겠다는 마음이 앞서 온가족이 수년간 병간호에만 매달리다간 가정이 무너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장애가 발생하면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심리적 불안이나 우울증에 시달린다. 재활치료는 이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환자에게 남아있는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려 일상생활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장애가 심해 남의 도움을 받게 되더라도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수고를 덜 수 있게 하는 것도 재활치료다. 간병할 때 환자가 팔·다리를 뻗을 수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예컨대 사지마비 환자의 팔·다리에 심한 강직이 있으면 보톡스를 주입하거나 신경차단술로 강직을 풀어 보호자가 옷을 갈아 입히거나 대소변을 처리하는데 한결 수월하도록 한다.

대개 치료성과가 좋은 6개월에서 1년까지는 전문 재활치료를 받다가 이후에는 의료진의 안내를 받아 장기요양보험·요양병원·가정간호·사회복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장애등급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전동침대·목욕의자·이동욕조·욕창예방 매트리스·보행보조차 등 16품목에 한해 복지용구를 대여받을 수 있다. 신경학적 손상이 커 의식이 깨어나지 않거나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면 장기요양보험의 지원을 받아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도움말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김형섭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