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학회여행

스톡홀름 여행기

Re-Happy-Doc 2013. 2. 28. 17:54

 

스톡홀름 여행기

 

김형섭(일산병원 재활의학과)

 

보통 여행을 가면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기를 먼저 구입해서 그 나라 사정을 알아보고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서 스웨덴을 치면, “스웨덴 여행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와 복지에 관련된 책만 나온다. 즉 우리가 스웨덴을 떠오르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회민주주의와 복지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마련된 복지 체계,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안정된 사회, 한편으로 여전히 왕정국가이며, 에릭슨, 사브, 볼보, 이케아의 나라……. 사회주의가 몰락하자 많은 지식인들이 대안으로 동경했던 나라 스웨덴을 유럽신경과학회에 참석차 들리게 되었다.


2012년 9월 14일 전공의와 함께 떠나기로 되어 있었으나, 토요일, 전공의 수련 평가를 받는 날이어서, 교실의 윗 교수님께서 시험을 치고 가도록 지시를 해서, 혼자서 먼저 떠나게 되었다. 대학때도 가지 못했던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스톡홀름과 우리나라와의 시차는 8시간, 헬싱키와 스톡홀름까지의 시간 거리는 45분밖에 않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9월 7일 10시 비행기로 출발한 나는 시간을 거슬러 9월 7일 오후 3시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물어 물어서 7일간 공공교통 자유 이용권을 구입해서 버스를 타고, 통근 열차를 타고 스톡홀름 중앙역(Stockholm Centralen)에 도착하였다.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내려 Tegnergatan 에 있는 호텔로 찾아가기로 했는데, 방향도 모르고 택시를 타자니 그렇고 해서 지하철 직원에게 물어보니, 그는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버스는 없고 물어볼 사람이 마땅치 않아 핸드폰에 있는 Google navigation으로 찾아보니 걸어서 6분이 아닌가? 지구가 좁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 무사히 호텔에 도착한 후, 직원의 설명을 듣고, 방에 짐을 풀고 저녁 먹으로 나왔는데, 혼자라서 버거킹에서 간단히 해결하기로 하였다. 와퍼+콜라+감자칩=65Kr,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 이 나라 물가가 싸진 않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다음날 학회 참가 위해 지하철을 타려 중앙역으로 다시 내려갔다. 어느 방향으로 갈 지 몰라서 지도 보면서 서성대자, 스웨덴 사람들이 알아보면서, 친절히 안내해주었다.

 






<스톡홀름 중앙역- 예상외로 많이 더러운 편이었다.>

 

스웨덴 중앙역은 우리나라 서울역과 같은 위상이다. 그런데 실제로 보면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난무하고, 많이 더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며 담배를 물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지 않고 조용한 편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열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어서 발이 빠질 우려가 있어 조심하라고 친절하게 설명도 하지만, 여기는 그런 설명이나 안전막이 없었다. 아무래도 이 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술먹고 뛰어 들어가는 사람이 없거나 자살방법으로 기차를 잘 선택하지 않는 모양이다. 학회장에 이르르자, 첫째날은 Teaching course, 유료 학회에서 돈주고 듣자니 그렇고 영어가 달려, 아무래도 돈이 아까울 것 같아서 땡땡이 치고 학회장을 벗어나 두 다리로 스톡홀름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하늘은 끊임없이 푸르렀고, 구름은 얇은 눈썹처럼 지나갔다. 이 황홀한 광경을 사진으로 박제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토요일 스톡홀름 해변은 눈부셨다. 한 편 사람들의 삶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북유럽사회를 생각하면서 떠올리는 것이 바로 프리섹스이다. 그러나 여기도 사람 사는곳이라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는 것을 꿈꾸는 것 같았다. 웨딩샵에는 예쁜 드레스와 멋진 턱시도가 있었으며, 사진에서 보듯이 결혼식이 끝나고 난 뒤 들러리와 가족들의 축하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군장용품점- 어디가나 사내 냄새 풀풀나는, 마초맨들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의학의 대세가 증거 중심 의학인데, 관행적으로 치료했던 것들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할 때, 많이 반성이 되었다. 특히 치매환자에 있어서 조기 진단이 이제까지의 치료가 효과가 없고 보호자나 환자에게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서 시간적 경제적 준비하는 데 있다고 하면, 암 말기를 선고하고 하늘나라 갈 날만 기다리라고 하는 암전문의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는지 회의가 들었다.

한 편, 이 나라 사회가 무상의료와 무상복지가 되어 안정된 사회이지만, 안정되었다는 말 자체가 다른 의미로 정체된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빈부격차나 자본주의의 폐해는 덜 하겠지만, 또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는 듯 하다. 고물가, 고세율로 인하여 노동 의욕 상실 또한 문제가 될 것이다.
 
동물원의 노래 중에 “나는 나, 너는 너” 라는 노래가 있다. “ 사랑했던 우리, 나는 나, 너는 너, 너의 나, 나의 너, 항상 이렇게 넷이서 만났었지.”
우리가 남을 볼 때는 처음에는 그 사람 자체를 보기가 어렵고 우리가 상상했던, 즉 우리의 편견과 관심이 가미된 그를 본다. 시간이 지나 그 사람 본 모습을 보면, 상상했던 그와 차이가 나는 것에 실망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스웨덴이라고 하면, 한 때 사회주의의 대안인 사회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적 모델로 많은 지식인들이 동경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짧은 일주일간의 여행으로 이방인의 눈길로 그 사회를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사회도 우리가 생각한 만큼의 유토피아는 아니었다.  
버트란트 러셀은 그의 저서 “행복의 정복” 에서 그의 정원사가 정원을 망치는 토끼를 마치 영국 경시청이 볼세비키를 묘사하듯 저주하지만, 그가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그 토끼 때문이라고 말하였다. 우리 또한 즐겁게 살아가는 것도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 보다는, 매일 치열하게, 의사로써 전문가적 양심을 지키고,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사회가 좀 더 투명하고 정의롭게 되도록 노력하는 데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