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棟/일기

인생-중천건

Re-Happy-Doc 2014. 9. 21. 21:42

제가 겁없이 인턴을 삼성에서 했다가 의사 파업당시,전직 운동권인 관계로 의사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관계로 아니, 인턴 대표여서 삼성에서 보기 좋게 정형외과에 잘렸습니니다. 그래서 군대에 가서, 너무나도 군의관으로 고생한 나머지, 맑스 레닌 책을 접고, 대산 김석진 선생님의 한길출판사 주역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나라는 인생은 무엇인가? 읽다가 너무나도 어려워서 " 이 책은 내가 나이가 60이 되면 읽어야 겠다"고 접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처음 읽은 중천건 괘는 여전히 기억납니다. 


  • 上九 亢龍有悔
  • 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 九四 或躍在淵 无咎
  • 三 君子 終日乾乾 夕惕若 厲无咎
  • 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 九 潛龍勿用  

초구는 잠룡은 물용이다. 

잠룡이라는 말은 선거때 많이 나오는 말이죠. 선거철에 대권 잠룡 누구누구가 있다. 그렇게 신문에서 말이 나옵니다. 
용이 승천기전에 물가에 잠자고 있다는 말입니다. 10대의 이야기입니다. 10대와 같이 어린애들은 키우고 보호해야할 
대상이지 큰일을  맏기지 않습니다. 

구이는 현룡은 재전이이니 이견대인이다. 

이제 용이 못에서 나왔습니다. 20대입니다. 밭을 갈고 있습니다. 항상 노력해야 할때입니다. 20대는 공부하고 자기를 
다듬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때는 무조건 열공하는 시기입니다. 

구삼은 군자는 종일건건 석척야 려무구
30대도 20대와 같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굳게 있지만, 저녁에 반성을 하면 허물이 없다는 말입니다. 

구사는 혹약제연 무구

40대가 문제입니다. 가장 힘이 쎌때죠. 남자의 인생의 꽃입니다. 남자는 40에서 50사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것 
같습니다.  검도도 체력도 되고, 기술도 되고, 병원에서도 가장 환자가 많을 때입니다.  
그래서 공자님도 不惑의 나이라고 했습니다." 의심하지 않는 나이", 가장 내가 옳다고 주장하는 나이입니다.  그래서 이때
는 약간은 물러서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용이 밖에 나왔다가 다시 원래 자라던 연못에 가는 것"은 다시 
처음을  생각하라는 말입니다.  
즉, 내 생각이나 내 이야기는 조금 물러서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제가 삼성의료원에 있을 때 교육수련부장님으로 계셨던 김병태 교수님이 제가 일산병원 staff이 되자 저에게 하신말씀
입니다. 40대이니깐 약간은  물러 서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40대에서 윗사람과 가장 많이 부딛히는 
나이라는 것입니다. 그분이 주역을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씀이 참 이치에 맏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은 김병태 교수님이 저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
         반갑습니다.
글에서 지금 생활에 어느 정도 잘 적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인생이란 게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올바르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나도 지내고 보니 공자님이 나이 40이면 불혹, 50이면 지천명, 60이면 이순이라고 하신 것이
당시의 신체 나이와 지적 나이를 감안한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 선생도 곧 불혹일텐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공자님 말씀을 수긍하게 될 것입니다.
불혹은 인생을 어느 정도 경험하여 세상 일에 의혹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내 생각에는 의혹이 없다보니 고집이 세져 다른 사람 말을 잘 안 듣게 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점 고려하면 순조롭게 하늘의 명을 알게되는 지천명에 도달할 것입니다.
잊지 않고 메일 보내주어 감사합니다.

구오는 비룡재천이니 이견대인이다.
인생의 꽃입니다. 50대가 되면, 가장 멋있는 자리가 됩니다. 한나라의 대통령, 한나라의 왕, 회사의 사장, 병원의 원장, 
남자 인생의 가장 황금기이지요. 내가 마음먹은대로 다되는, 용이 자기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이때가 인생의 황금기 
입니다. 

구육은 항룡은 유회이다. 

언젠가 오공비리 청문회일때, 최규하 대통령을 12/12 사태 증인으로 모시려고 하니, 최규하 대통령이 한 말씀이 "항룡은 
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었습니다. 항룡은 상왕, 전직 대통령, 명예회장, 가까이는 병원에서 보는 노인 환자들이 
항룡입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닌 중인 사람들을 말하지요. 꼭지에 오른 용은 눈물을 흘립니다.
 아래를 못보기  때문에, 아래를 보지 못한다는 말은 청춘이 다시 돌아 오지 않는다는 말이지요. 이름은 있지만 실권이 
없는 나이, 그게 항룡입니다. 

인생에서 좋은 날은 오늘입니다. 더 좋은 내일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