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棟/내가 만났던 환자와 가족들
행림(杏林)과 "냉장고 안에 떡림"
Re-Happy-Doc
2015. 5. 1. 11:27
중국 고대 3대 명의는 보통 관우를 치료했던 화타와, 상한론을 지은 장중경, 그리고 후한의 동봉을 지칭한다.
동봉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치료비를 받지 않고, 살구나무 씨앗을 받아, 집 주변에 심도록 하였다. 그러자 나중에 동봉의 집 주변에는 살구나무 숲을 이루었다는 옛 이야기로 인해 "행림"이라는 말은 의사를 뜻하게 되었다.
재활의학과는 어찌보면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다. 사람은 보통 태어나면 머리를 가누고 몸통을 가누다가, 엉덩이에 힘이 생기면 그 때서야 걷기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뇌졸중이 걸리게 되면 머리도 못가누다가 앉게되고, 서게되고, 그러다 어눌하지만 처음처럼 걷게된다.
보통 나는 환자들에게 걷기 시작하게 되면, 떡돌려야 겠네라고 말을 많이 하곤 했다.(지금은 하지 않는다.^^;;) 이말은 떡을 실제로 돌리라는 것이 아니라, 돌잔치 처럼 다시 처음 걷게 되니 그것을 기념하라는 뜻에서 농담삼아 하는 말인데, 환자들이나 가족들은 이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 걷게 되어 퇴원할 때쯤, 병동이나 치료사 선생님들에게 고맙다고 떡을 만들어 돌린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집 냉장고에는 환자가 돌리 떡이 수년치 방치되어 있다. 물론 그 떡들은 보통 흰쌀떡이나 쑥떡이 대부분이어서 나중에는 떡뽁이로 종종 해먹곤 하는데, 가족이 적어서 그런지, 여전히 남아 있기는 있다.
냉장고 안의 떡림...... 이런 보람으로 오늘도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