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1: 그럼 재활의학과 의사는 무엇을 하나요?
제가 늘 환자나 가족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고, 재활의학과 의사는 재활치료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고는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치료는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이 하는 것입니다."
가령 치료라는 것이 어떤 의미 일까요? 일반 의학은 병에 집중을 합니다. 가령 폐렴에 걸린 환자가 있다고 칩시다. 그럼 의사는 주관적인 증상과 객관적인 징후를 바탕으로 흉부 방사선 촬영을 하고, 피검사를 한후 폐렴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그러면 혈액에서 균을 배양해서 원인이 되는 균을 찾고 이에 맞추어 항생제를 처방하게 됩니다. 그리고선 염증 수치가 줄어들고 있는지를 혈액검사와 흉부 방사선 검사를 통해서 호전되는 것을 확인하고, 증상이 사라지고, 객관적인 징후도 정상으로 돌아올 때, 정산으로 판단하고 환자를 퇴원하거나 투약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러나 뇌졸중은 신경계 손상이 따르기 때문에, 장애를 동반하게 됩니다. 가령 예를 들어 봅시다. 뇌졸중으로 편마비가 와도 살아갈려면 밥먹고 이를 딲아야 살아갈 수가 있지요. 가령 오른쪽 편마비가 온 환자가 있다고 합시다. 마비가 온 팔이나 다리가 호전이 잘 되면 손상이 온 쪽을 이용하여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비가 심해서 이전처럼 움직이지 못하거나 어눌하면 어떻게 할까요? 그럼 왼쪽 팔을 이용해서라도 밥을 먹는 것을 배워야겠지요. 재활의학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이전에 했던 이동동작이나 일상생활을 이전과 비교해서 느리거나 굼뜰 수는 있지만, 혹은 지팡이를 이용하여 혼자서 걸을 수 있다면, 그것이 나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일상 생활과 보행에 대한 치료는 누가 할까요? 의사가 혹은 치료사가 밥을 먹이고 이를 닦아 줄 수가 있나요? 물론 해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재활의학 관점에서는 나은 것이 아니죠. 늘 하던 대소변 가리기나 식사 등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동작을 하지 못하면, 그 삶의 무게는 고스란히 가족의 품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합니다. "가족 걱정이나 미안한 마음 가지기 보다 내가 잘 사는 것이 가족을 도와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재활치료는 다른 의학이 분야와는 달리 환자와 함께 가족이 치료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의사는 재활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환자는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환자들이나 가족들에게는 뇌졸중이라는 것이 일생에 단 한 번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고 응급실 부터 중환자실까지 의사들이 사용하는 수많은 의학용어를 통해서 겁을 많이 먹게 됩니다. 그러나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어는 정도 호전이 되면 조금만 치료를 더 하면 병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한방병원에서 침을 좀 맞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유교적 풍습이 남아있어서 자식들 체면 때문에 큰 병원에 다시 입원을 문의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의료시설에 접근도는 좋습니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재활의료 전달 체계가 없으며 뇌졸중 환자의 사회 복귀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환자나 가족들이 향후 어떻게 치료나 요양을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재활치료에 있어서 의사는 환자의 내과적 질환과 동시에 경제적 사회적, 장애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여, 향후 환자들의 재활치료 방침을 세우는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경제적인 상태가 좋지 않은 70 대 남자가 뇌졸중으로 입원하였다고 합시다. 간병을 하는 아내도 현재 지병으로 잘 거동이 불편하고, 자식들의 경제적 상태도 좋지 않아서 가족들이 돈을 모아서 치료비를 대고 있는 중입니다. 동반된 내과적 질환으로는 고혈압과 당뇨가 있으며, 기독교를 믿고 있습니다. 우측 편마비로 실어증과 연하장애가 있어 콧줄로 유동식을 섭취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의사는 기본적인 내과적 질환에 대한 관리를 합니다. 즉 고혈압과 당뇨 조절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측 편마비에 대한 물리 치료, 연하 장애에 대한 작업 치료, 언어 장애에 대한 언어 기능 평가 및 언어 치료를 합니다. 그리고 사회 사업과에 협진을 진행해서 경제적 지원 방향에 대해서 논의 합니다. 지금 경제적 상황이 많이 심각하다면 기독교 계열 방송을 통해서 신자들의 도움을 구할 수도 있고 아니면 구청에 연락해서 긴급 재난 비용을 신청을 부탁합니다. 이렇게 한 뒤 보호자와의 면담을 통해서 현재 의학적 상태에 대해서 가족들에게 설명을 하고 향후 치료 방침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뇌졸중이후에 대부분 환자든 장애등급을 받게 됩니다. 입원한 당시 기록과 발병 6개월 후 기록을 바탕으로 장애등급을 신청하게 됩니다.
그럼 환자와 가족들에게 이후의 계획들에 대해서 가족들의 형편과 사정을 바탕으로 상의하는 데 조언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뇌졸중 환자자는 재활의학과 의사와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인연을 맺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비유는 너무나도 많이 쓰는데, 재활의학과 의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고 말입니다. 좋은 지휘자는 독자적으로 곡을 해석해서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조화롭게도 만들고, 특정 악장에서는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뇌졸중 이후에는 수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재활의학과 의사는 환자의 의학적 상태와 사회적 상태를 독자적으로 해석하여, 우선 순위를 정하고 향후 치료 계획을 설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