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happy-doc/내가 나온 재활의학 신문 방송 기사

새봄-산에 오르다.

Re-Happy-Doc 2014. 3. 20. 21:24
봄이다. 산으로 들로 상춘객의 발길이 잦아지는 계절이다.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을 따뜻한 봄볕에 녹이며 새로운 활력을 찾는 지금이다. 통계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찾는 등산객이 연 1800만명에 이른다. 그만큼 산은 사람들 가까이에 있다. 약사공론은 4월 보건의달을 맞아 `산이 부른다'를 주제로 보건의달 특집을 준비했다. 산이 주는 건강과 반대로 무리할 경우 발생하는 각종 질환 그리고 산행에 필요한 필수상비약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문가의 기고를 소개한다. 특히 전국의 지부, 분회, 동문회 등 전체 약사사회에서 활동 중인 등산동호회를 발굴해 그 면면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김형섭 전문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요즘에는 계절마다 유행하는 시즌송이라는 것이 있다.
 
봄이 시작한 3월, 로이 킴의 `봄봄봄'이라던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노래라고 할 수 있겠다.
 
귓가와 입가에 맴도는 노래만큼이나 봄이라는 말만 들어도 설레인다.
 
병원에도 그렇다.
 
3월이 되면, 이제 막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증 발급 대기중인 인턴과 아직 잘 모르는 1년차가 병원을 점령하고 있다.
 
새로움은 항상 두려움을 동반하는 법이다.
 
여기 저기서 아직 익숙하지 못한 일처리로 이런 저런 소리가 들린다.
 
병원 밖의 봄을 보게 되면 시즌 송과 잘 어울리는 상춘 행렬이다.
 
제주, 진해, 남해, 남도의 푸릇푸릇한 새싹이, 내가 살고 있고 근무하는 일산에도 이제 막 도달 했으며, 알록달록한 등산복이 이제 막 온 봄과 어울어져 또 다른 풍경이 된다.
 
우리나라는 도심 근처에 명산이 많이 있다.
 
서울에는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수락산, 청계산, 대전에는 계룡산, 대구에는 팔공산과 비슬산, 광주에는 무등산, 부산에는 금정산. 멀리 설악산과 지리산과 같은 명산을 제외하더라도 휴일에 가깝게 갈 수 있는 산들이 많아서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은 퍽이나 행운이다.
 
요즘에 또 좋은 소식은 `올레길', `북한산 둘레길'과 같이 한국형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 졌다는 것이다.
 
정상을 오르는 등산도 재미가 있지만, 산을 멀리서 보면서 주위 경치를 보면서 걷는 것도 아름다운 모습이다.
 
등산의 즐거움은 본인의 취향만큼 다양하다.
 

산을 오르면서 땀을 흘리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가질 수 있다.
 
혹은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동행을 하면서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부부가 같이 등산을 좋아하면 부부 사이의 애정을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다.
 
주당들에게는 정상에서, 혹은 하산해서 마시는 막걸리나 맥주의 맛이 그렇게 시원하게 할 수도 있고, 산에서 내려와서 먹는 산채비빔밥 또한 등산 못지 않게 삶의 활력소가 된다.
 
운동을 전공하는 재활의학과 의사로서 등산의 효과는 신체적 효과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으로도 아주 좋은 운동이다.
 
그러나 이런 등산도 좀 더 잘 알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다.
 
보통 등산은 휴일에 단시간에 많이 이루어 지는 운동이다.
 
가까운 뒷산의 약수터에 매일 올라 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등산인들은 주말이나 휴일에 등산을 하게 된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번 등산 하는 것으로 건강을 관리한다는 생각은 때로는 위험할 수가 있다.
 
왜냐면 운동이라는 것이 사지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심장과 폐의 기능의 개선을 최종 목적으로 한다.
 
규칙적인 운동이 효과가 있으려면, 최소 일주일에 3번, 30분에서 50분 이상, 속옷이 약간 젓든 듯한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심폐 지구력의 향상을 가지고 온다.
 
밀린 숙제 하듯이 일주일에 한 번 등산하고 난 뒤, 이것으로 건강관리 했다는 생각이 오히려 위험한 생각이 될 수 있다.
 
즉 등산을 취미를 하더라도 평소에 계단 오르내리기, 오래 걷기와 같은 일상 활동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좋다.
 
두번째로 등산이 정상 정복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보니, 조건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욕심을 내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해서 여름에는 급류에 휘말리고, 겨울철에는 동상이나 낙오되는 경우가 있다.
 
또 장비가 안전하게 갖추지 않는 경우, 돌이 많은 산길에 운동화를 신고 등산을 하거나, 내려올 때 등산 스틱을 준비하지 않으면 등산으로 인한 부상을 초래하게 된다.
 
즐겁게 등산하려면, 뭔가를 이루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심신을 풀어주는 정도의 등산이 좋겠다.
 
굳이 명산 대첩을 아우르지 않는다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까운 동네 뒷산, 내가 살고 있는 고양시 근처라면, 행주산성이 있고 한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덕양산이나 한강 하류와 서해가 보이는 파주의 심학산, 동네 언덕 같은 정발산이나 고봉산을 오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에베레스트 산을 처음 등정한 힐러리 경이 했던 말은 여전히 여운이다.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