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치매 만들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김형섭
보험회사에서 전국민 평균 수명 100세를 고민하는 시대이다. 의학의 발달과 영양공급의 증가, 사회발전으로 인한 사고 감소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천수를 누리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여자가 결혼하고 임신한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처럼,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다. 이는 가을이 되면 단풍이 지고 낙엽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이 모든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편, 장수 시대와 더불어 나타나는 또 하나의 모습은 치매이다. 즉 장수와 치매는 불가분의 관계로 장수시대의 또 다른 단면이라 하겠다.
치매는 인지기능의 장애를 동반한 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여러 가지 원인에서 발생을 한다. 치매의 일부는 원인 감별을 잘하면, 수술적 조치로 완치되는 치매도 있지만, 대부분의 치매의 질병경과를 현대 의학으로 막을 수는 없다.
사망을 초래하는 대부분의 질병은 환자가 죽을 때까지 자기 의사 결정권이 있지만, 치매는 신체증상 보다는 인지기능이 떨어지며, 치매의 다양한 정신적 심리적 행동증상으로, 가족들에게 엄청난 사회적 육체적 부담을 전가하는데 있다. 가령 예를 들어보면, 위암환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내부 장기인 위의 기능 부전으로 인해 영양 섭취 부족, 전이가 되었을 경우, 암으로 인한 통증으로 환자 본인이 주로 고통 받게 되지만, 가족들은 이런 상황들이 쉽게 납득이 된다. 그러나 치매 환자들의 보호자들은 사지 육신이 그런대로 멀쩡한 어머니 아버지가 이상한 행동을 하여 물가의 내놓은 어린애가 되었을 때, 가족들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진다. 된장 찌개를 끓인다고 한 것이 냉장고에 있는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어 죽처럼 끓여 왔다고 하면,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밖에만 나가시면, 당신이 돌아가시기 전에도 다 입지 못할 옷을 사오시고는 이를 말리는 딸을 보고 “젊을 때, 옷도 입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젠 죽기직전에 내 옷을 마음껏 입어보자” 라고 고집을 부리는 엄마를 볼 때, 딸은 “날 낳은 엄마가 맞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한 편 치매를 정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최근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와 감별을 통해서 미리 질병의 경과를 막기 위해 새로운 진단법이 개발되었다. 이 방법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에서 주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반을 진단에 이용한 것으로, 방사선 탐색자를 아밀로이드 반 항체에 붙여 PET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한 편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뇌경색이 잘 일어나는 기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다발성 뇌경색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매이다. 이 치매의 경우 기저질환을 잘 조절하면 예방가능한 치매이다. 따라서 치매의 종류를 감별하게 되면, 어느 정도 사람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가 있다.
현재는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약부터, 뇌세포 파괴를 방지하는 약물까지 개발되었다. 이런 약들은 인지기능 호전을 보이지만, 질병경과를 바꾸지는 못한다. 최근에는 알쯔하이머형 치매의 치료제로 항아밀로이드항체 주사 요법이 개발되었으나, 병이 진행한 단계에서 주입하였을 때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밝혀져 의학계뿐만 아니라, 치료법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도 실망을 안겨주었다.
그렇다면, 이 치매에 대해서 어떻게 대해야 할까?
먼저 치매가 노화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현상이지만 또한 병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일반인들은 육체적으로 이상이 있는 것만 병으로 여기며 치매가족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많은 가족들이 인지장애와 이에 수반하는 정신행동이상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치매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중증 환자의 경우, 병식이 없어 자기가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만, 반면에 치매 환자 가족도 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문제가 있다. “땅에서 쓰러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선다.” 라는 불교 속담이 있다. 치매를 병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대책을 세우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회가 서구화가 많이 되어 있지만, 일반인들의 기본 생각은 전통적인 “효” 사상이 기저에 내재되어 있다. 치매 가족들은 치매노인 부양에 경제적이나 직장생활과 현실적인 어려움과 부모를 내 손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과의 충돌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부양 부담에 대한 형제간의 이견으로 가족들간의 불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농경사회처럼 부모를 봉양하기가 어렵다. 부부가 모두 직업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부모뿐만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가족이라면 더욱 힘들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형제들끼리 가족회의를 해서 치매 부모를 어떻게 모실 것인지, 부담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상의를 하는 것이 좋다. 가령 어느 집에서 맡겠다고 하면, 경제적 지원은 다른 형제들이 도와주는 방식으로 합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여의치가 않는다면, 요양원에 모시고 자주 찾아 뵙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만히 잘 생각해보자. 만약 부모님이 치매에 걸리지 않으셨다면, 당신들 때문에 자식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부양하는 것을 진정으로 원할까? 원래 효도라는 것이 부모님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만해도 훌륭한 효도일 것이다. 자식들이 자기 삶을 잘 살고, 여분의 힘으로 부모님을 한 번 살피는 것이 요즘 시대의 효도일 것이다. 필자는 수년간 고양시내의 요양원을 방문하여 진료한 적이 있다. 대개 보면 주택가 근처 요양원들이 가족들이 자주 찾는 관계로 식사의 질이나 시설이 좋은 것을 보아 왔다. 따라서 댁에서 모시지 못할 경우는 차선책으로 요양원을 모시는 것도 상황에 따라서 좋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치매 대처해야 할까? 필자가 본 치매환자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한 환자는 내가 외래에서 본 치매 환자이다. 가족에 따르면 환자는 최근에 기억을 잃어, 물었던 말 또 묻고, 했던 말 또 하고, 샀던 물건 또 사고 한단다. 전형적인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는 분이다. 그러나 이 환자는 이 환자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아침에 일어나면 “하느님, 오늘 하루도 내가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라고 묵상기도를 한다고 한다. 오늘 하루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다.
또 다른 환자는 인형이 자기 아기라고 생각한다. 아침마다 인형에게 자기 젖을 물리고, 인형의 옷을 벗기고 씻긴 뒤 옷을 입히며, 머리를 빗기고, 하루 종일 인형과 함께 지내며, 인형과 함께 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이 인형을 만지고 싶다고 하면, 다시 내어 주는 친절한 할머니이다.
반면에 내가 요양원에 본 환자는 위의 두 환자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이 환자는 화장실의 휴지를 돈으로 생각하고, 그 휴지를 자기 속옷에 넣는가 하면, 누가 양말을 벗어 놓으면, 자기가 다시 신어서 두켤레, 세켤레 덧신었다. 또 밥을 먹는게 주체가 되지 않아 토할 정도로 밥을 먹는 할머니였다. 요양원 직원이 말리면 “너희는 돈이 나보다 많으면서, 내가 가지면 않되나!” 라고 역정을 내시는 할머니였다.
치매 가족들은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보다는 성격 변화와 행동이상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한다. 즉 치매가 노화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예쁜 치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쁜 치매를 만들 수 있을까?
치매를 보는 의사들끼리 주로 하는 말이, 치매에 걸리면 원래 성격이 드러난다고 한다. 원래 탐욕스러웠던 사람은 탐욕스러운 치매가 되고, 원래 마음씨가 예쁜 사람은 마음씨가 예쁜 치매가 된다고 말이다. 따라서 치매 걸리기 전에 평소에 마음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필자는 우선 종교 생활을 권하고 싶다. 종교 생활을 하게 되면, 종교활동으로 규칙적인 일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절대자나 자기 반성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며, 교우들과 접촉이 많아져서 신체, 정신, 감정 활동이 증가하게 된다.
두 번째로 권하고 싶은 것은 운동이다. 나이가 들면, 민첩성이 떨어지게 되어 넘어지더라도 팔이 잘 뻣지 못하여 낙상으로 인해 골절과 뇌진탕이 생기기 쉽다. 특히 치매 노인들은 활동성이 떨어져 남들보다 움직일 때, 낙상으로 인한 부상이 많다. 평소 탁구나 배드민턴을 하는 같이 눈을 빠르게 하는 운동들이 민첩성을 올리는 좋은 방법이다.
사람은 생노병사를 피해갈 수 없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출발점과 종착점은 같으며, 혼자서 가는 여행이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고 괴로운 여행이 될 수 있다. 긴 인생의 여정이 하루 하루가 쌓여서 만들어 지는 것이라면, 오늘 하루 마음 편안히 잘 사는 것이야 말로 예쁜 치매를 만드는 가장 좋은 대책이 아닐까?
're-happy-doc > 재활의학의 영역의 일반적인 질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깨 근육 질환도 37배 늘어… 전문병원 '과잉 진료' 지적도 (0) | 2013.10.14 |
---|---|
스마트폰·태블릿 PC의 역습…10대 목 디스크 환자 50%↑ (0) | 2013.04.25 |
스포츠손상의 예방 (0) | 2012.09.25 |
만성 통증의 주범- “근막동통증후군” (0) | 2011.10.03 |
Toe in gait in childern (0) | 2008.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