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일은 내 평생에 잊지 못할 귀중한 순간이었다. 아직 애가 없는 나로서는 애가 태어나면 또 어떤 느낌일까 생각을 해보지만, 이제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즐거움이 오늘만 못하리라.
사실 많이 힘든 일정이었다. 서울에서 친구 내외가 뉴욕을 방문해서, 그 친구와 함께 브롱스 양키 구장에 가서 비오는 날 야구를 보고, 집에 와서는 새벽에 같이 보스턴 가는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닭곰탕을 만든다고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잔 상태였다.(검도는 칼로리 소모가 많아 식사를 하지 않으면 운동을 할 수가 없다.) 이후 보스턴까지는 강사범이 운전해서 갔는데, 눈을 떠보니, 보스턴에 있는 운동경기장이었다.
금요일도 합동연무가 있었다고 한다. 약 80명이 참가했었다고 하고, 토요일은 오전에는 기본 강습과 자세, 합동연무, 오후에는 심판 연습 및 강좌, 5단 이상 고단자를 위한 승단 심사 및 강평이 있었다.
드디어 대회날인 10월 2일 나는 개인전 1~2단부에 참가를 했었다. 처음 상대는 손목을 치러 들어오다, 나에게 빼서 머리를 당했고, 두번째 상대는 캐나다의 프랑스계 였던 것 같다. 아무런 승부없이 연장전까지 갔으나, 내가 경기내용에서 우세해서 두번째 상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세번째 선수는 Higashi라는 일본 선수 였는데, 키가 작았지만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빼서 머리 두방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네번째 선수는 뉴저지의 GSK에서 검도 하는 친구였는데, 내가 머리를 먼저 맞았는 것 같은데, 심판이 점수를 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짧았거나, 약했나 보다. 어쨋든 그 친구가 머리 칠 때, 받아 허리가 정확하게 들어가서 허리로 승리를 했다.
마지막은 결승전이었는데, 4판 연속으로 쉬지 않고 올라가니 체력 소모가 많았다. 상대방은 또한 한국 사람이었는데, 역허리가 정확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내가 졌다.
2등, second place. 나는 항상 2등이었다. 고등학교때도 반에서 항상 2등이었고, 대학도 2류 대학, 세브란스 수련받을 때도, 연세대학교 본교 출신이 아닌, 이류 의과대학 출신이었다. 그러나 2등이라는 자리는 부족함이 있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말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겸손을 배울 수 있는 자리, 나는 2등이 좋다. 2등이어서 꾸준히 노력할 수 있었고, 2등이어서 지금 너무 행복하다.
수많은 대회에서는 항상 우승자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된다. 그러나 시합에 참가하는 사람들 사이 수많은 노력과 땀방울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강사범이 보내준 동영상을 보면, 아직 나는 고쳐야할 부분이 많다. 나이가 들어서도 고쳐야 한다는 것이, 그리고 아직도 흘려야 할 땀이 많다는 것이,
검도라는 운동이 얼마나 겸손하게 만드는 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운동을 하는 Toda sensei가 이번 대회 고단자부 우승을 했다. 키가 작지만, 그 짧은 순간에 엄청난 임팩트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에게는 자극이 되는 동시에, 아직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 검도를 즐길 수 있다는 것, 그 것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리고 같이 하는 검우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를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신 신부칸의 수야마센세와 누마타센세, 운전하느라, 고생하신 강사범, 그리고 삼총사 중에 제일 맏형이신 병헌 형님, 그리고 일본 검도 역사에 살아있는 전설인 니시카와 센세를 비롯한 일본 검도 원로들.... 이제 내 기억속에 아름답게 쌓이고 있다.
보스턴에서 만난 김선생님. 성함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현재 컴퓨터 엔지니어이시며 검도 시작한지는 4년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나와 강사범, 병헌 형님
같이 단체전으로 나간 신부칸 선수들, 3회전 탈락 이후에 같이 사진을 찍음
제시카, 우승한 토다센세, 데이비드, 라마스, 나와 강사범
신부칸 관원들과 일본에서 오신 8단 원로 검도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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