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뇌졸중 재활

Q11:뇌졸중 이후의 병원 선택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Re-Happy-Doc 2016. 12. 16. 01:29

뇌졸중이 발생하면 보통 환자들은 큰 병원의 응급실에 방문하게 됩니다. 응급실에서는 CT나 MRI를 빨리 찍어서, 뇌출혈일 경우에는 신경외과에 입원하게 되고, 뇌경색일 경우에는 신경과에 입원하게 됩니다. 출혈이 경미할 때는 중환자실에서 관찰하지만, 출혈이 커지고 의식의 변화가 생기면 응급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뇌경색은 수술적 치료가 거의 필요가 없기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관찰하거나 약물치료를 받습니다. 뇌경색이 발생한 후 6시간 이내라면 비수술적 방법으로 막힌 혈관을 뚫기도 합니다. 

급성기가 지나가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합니다. 물론 중환자실에서도 단순 관절 운동과 같은 재활치료가 시작되지만, 일반 병실로 이동 후부터, 본격적인 재활치료가 시작되며 수술적 치료나 신경과에서 평가와 치료가 끝나면 재활의학과로 전과됩니다. 환자들은 하루 아침에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상태로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재활치료를 하면서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환자나 가족들은 좀 더 많은 재활치료를 받기를 원합니다. 


근데 환자 입장에서는 다 낫지가 않았는데, 의사의 퇴원 지시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아니 세상에서 내돈 주고 내가 치료를 받는데 왜 의사가 어떤 권리로 퇴원을 하라고하는 지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이 2년마다 집을 옮기는 것이 성가시듯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것이 상당히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심한 분들은 진료 거부라고 생각하고 법적 대응도 고려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실 병이 있는 사람을 퇴원시키는 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의사들에게는 돈이나 지위와 상관이 없이 생명이 위독한 환자의 경우에는 " Good Samaritan Rule"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재활치료가 시작이 되었다는 것은 생명이 위태로운 급성기가 지나간 것을 의미합니다.  


병원은 내돈 주고 서비스를 받는 호텔과는 다릅니다. 제 생각에는 병원에서 환자를  고객이라고 부르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병원에서 환자나 가족을 고객이라고 부른다 한들 병원은 철저하게 의료진에 의해서 운영됩니다. 그래서 이전에 제가 환자는 약자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지요.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기관이기도 하지만, 병원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직장이기도 하고 의사를 비롯한 간호사, 치료사 등 다양한 의료진의 교육기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는 재활의학과가 클수록 오히려 적자를 보기 쉽습니다. 왜냐면 환자가 빨리 입원하고 퇴원해야지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장기 입원할 수록 병원 내에서 재활의학과의 위상은 줄어 들게 됩니다. 또한 전공의 교육을 위해서도 장기간 환자가 입원할 수가 없습니다. 장기가 입원할 수록 환자의 기능의 변화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전공의는 신경학적 호전이 많이 되는 급성기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의사 결정(decision making)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대형, 종합병원이 재활의학과에서는 병원 이외에 다양한 역할이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대학병원 급의 재활의학과 역할은 크게 장애 평가와 보호자 교육에 방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러면 급성기 치료 이후 재활의학과에 전과받고 일정 기간 재활치료를 받고 난 뒤 퇴원을 하게 되면 어떤 병원으로 입원을 해야할 지, 선택의 문제가 생깁니다.  

급성기 이후에 전원할 수 있는 병원의 경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병원급 재활의학과: 대부분 대학병원급 재활병원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지병이나 동반 질환이 있어 협진이 필요한 환자들이 선택을 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여기에서도 전공의가 있고 따라서 추가적인 검사를 다시 하거나, 대부분 입원 기간이 단기간이어서 다시 다른 병원을 찾아야하는 불편함이 생깁니다. 


재활전문 병원: 우리나라 법체계에는 재활전문병원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재활의학과 단과 병원이 곳곳에 있는데, 여기는 뇌졸중 이후 2년 이내 환자를 주로 입원합니다. 물론 신경과나 내과와 같이 협진이 가능한 병원도 있습니다. 보통 3개월까지 장기 입원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3개월 이상도 입원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여기는 대부분 일대일 대인 간병인이나 가족 간병인이 있어야 입원이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인 간병비를 의료보험에서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비만큼이나 간병비용이 가족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요양병원: 요양병원은 장기 입원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간병인도 개인 간병보다는 병실에서 공동 간병을 많이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많이 적습니다. 그리고 의료비는 행위별 수가제가 아니라 , 재활치료와 신장투석, 고가의 약품을 제외하고는 일일당 포괄수가제여서 의료비가 저렴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대학병원급이나 재활전문 병원과 같이 집중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 30분간 물리 치료 및 작업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요양원: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이것은 유치원과 어린이집과 관계가 유사합니다. 유치원은 교육기관이고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죠. 마찬가지로 요양병원에는 의사가 있는 의료기관인데 반해 요양원은 복지시설에 해당하여 공동 거주시설과 입니다. 비용은 자부담도 있지만, 대부분 노인 장기 요양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의료 급여일 경우에는 이런 비용도 없습니다. 여기는 자문의가 있어 방문 진료를 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의료행위를 하지는 않아 재활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아직까지도 유교적 효 문화와 체면 문화가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큰 대학병원이나 시설이 좋은 재활전문병원에 장기간 입원하길 원합니다. 그러나 재활치료는 무조건 많이 받는다고 기능적 회복이 그 만큼을 따라가지 않습니다. 보통 발병 후 6개월 이후까지 신경학적 호전이 가장 많이 됩니다.  제가 국민건강보험 공단 자료를 가지고 한 연구에 따르면 6개월을 기준으로 급성기 및 만성기  이후에도 재활치료를 하면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혀졌으며, 이는 병원의 등급과 상관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좋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생존율이 올라가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저는 보통 환자와 가족을 면담을 하면, 이렇게 권고를 합니다. 발병후 6개월까지는 집중재활치료를 받고 장애등급을 받고 난 뒤 6개월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병원비가 저렴한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을 모시기를 권합니다. 요즘과 같은 핵가족 시대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집에서 장애를 가진 부모를 모시기는 많이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병이 길어지면 효자도 불효자로 바뀌기 마련입니다. 많은 환자 가족들이 저는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뇌졸중 환자가 생기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병든 부모님에게 가장 잘 해주는 것은 자주 찾아 뵙는 것이겠지요. 저는 큰 병원을 무조건 좇아 다니는 것보다는 자식의 집에 가까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잘 해드린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모두 아프다가 죽게 됩니다. 여기서 부모님을 좋은 시설이 있는 병원에 모시지 못한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