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밥먹는 것이 아주 익숙하다. 그러니까 의과대학 중, 집이 힘들어서 나온 이후로, 인턴, 군의관, 레지던트, 수료후 2011년 결혼전까지 혼자 밥을 먹었으며, 2016년에는 자이 반 타의반이 아니라, 100% 자의로 혼자 밥을 먹게 되어서 예전의 기억들이 새록 새록 나오기도 한다.
대부분 남자들은 결혼하면, 요리하거나 밥하기가 싫어진다. 아침밥을 얻어 먹는 것이 결혼이 징표라 생각하고, 아침밥을 해주는 것에 따라 아내의 사랑이 징표로 생각하거나 아침 밥상을 받지 못하면,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 경우는 좀 달랐는데, 병원에 있을 때 아침 출근 시간이 보통 8시간이어서 도저히 아침밥을 먹고 나올 수가 없어서, 아침은 보통거르고, 점심은 병원에서 밥을 먹고, 저녁은 회의에서 주는 도시락이나 회식으로 식사를 한 것 같다. 물론 주말에는 검도할 때 빼고는 집에서 밥을 먹은 것 같다.
여기 뉴욕은 한국과 다를 것이 조금도 없다. 한국음식 식자재도 풍부하고,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그리고 고기, 농수산물, 과일은 엄청 저렴하다. 지금 한국은 AI때문에 계란 값이 폭등이지만, 여기는 12개 짜리 계란 한 판에 1불도 아니고 99cent이다.
여기 Columbia University에 온 박사님들도 혼자 밥먹기가 많이 꺼려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해진 점심시간이 있어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이 보통인데, 내가 본 여기 사람들은 점심에 바나나 하나, 샐러드, 샌드위치와 같이 간단하게 일하면서 먹는다.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은 Columbia University와 가까이 있어 주로 점심은 굶거나 와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침 저녁은 꼭 따뜻한 밥을 해먹었다.
혼자 밥먹는 것이 서글픔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인지 기능 유지를 위해 여러가지 장점도 있다.
첫째, 손을 많이 사용한다. 재료 다듬기, 요리하기, 설겆이 하기등 손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 뇌의 인기기능 유지에 좋다.
두번째로 요리는 순서가 있다. 따라서 이 순서를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
세번째는 대부분 요리를 하나하고 하나하지 않는다. multitasking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중요하다.
네번째, 요리도 실력이고 감이기 때문에, 하면 할수록 는다. 처 요리하면서 실패를 경험하기에 이는 나중에 일취월장에 바탕이 된다.
다섯째, 엄마의 고마움을 알게된다. 예전 가난한 시절, 어머니가 공장에 출근하기전, 우리를 밥먹이고, 설겆이까지 하고 출근하는 것이 보통의 인내력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물론 혼자 먹어서 쓸쓸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식당에서 혼자 먹을 때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보통 점심 한끼나 저녁 한끼 먹는 것이 5000원에서 많아봐야 10000원인데 반하여, 여기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5~6불이 넘으며, fast food 점이 아니라면, Tip을 포함 기본적으로 20불 정도 든다. 한끼 먹는데 20불가까이 들면 아무래도 밥사먹기가 그렇다. 그래서 주로 요리를 하면서 먹는데 (물론, 밑반찬은 미리 만들어 둔다.) 그러면 외롭다는 생각이 없어진다. 즉 혼자 밥먹는 것이 돈 버는 것이다.
나에게 혼밥에 단점은- 물론 손 크기이다.- 음식을 한번 하면 일주일 내내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레, 짜장은 한번 하면 냉장고에서 일주일 정도 꺼내 먹어야 한다.
어쨋든 여기 있으면서 다시 내가 힘들었던 시기 혼자 밥먹으면서 억울했던 생각이 없어졌다. 미국사람들은 자기 연고지의 대학에 가기도 하지만, 동부의 명문대학은 전국에서 혹은 전세계에서 온다. 이들은 이 때부터 혼자서 밥을 먹는다. 따라서 혼자 밥먹는 것이 억울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혼자 밥먹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먹기 위해 사는지,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고, 행복의 근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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