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의성인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인데요. 여기서 예술은 "의술"을 말합니다.
저는 이말이 의학에 대한 역사와 철학을 녹아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인류 초기에 병이 생기면, 사람들은 신에 의해서 벌을 받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병을 낮기 위해서 고대 그리스 사람은 신전에서 자기의 병을 낳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당에게 찾아가서 굿을 하거나 빌기도 하였지요. 심지어 천연두도 혹시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면 오히려 해가 될까 싶어 마마님이라고 불렀지요.
서양이나 동양이나 의학의 여기서 부터 시작됩니다. 대부분 환자들은 의성인 아스클레피우스 신전에 기도를 하러 갔다가 그 신전을 지키는 신관으로 부터 조언을 받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신에 의한 벌에 의해서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바대로 체계적으로 병이 생기는 원인을 정리합니다. 히포크라테스와 추종자들은 사체액설을 주장합니다. 몸에는 크게 네 가지의 액체가 있는데, 이들이 잘 조화로울 경우 건강하고, 이들이 조화되지 않을 경우 질병에 이른다고 말이죠. 이 사체액은 점액(침) 황담즙(위액) 흑담즙(담즘), 혈액을 이야기 하며, 성격적인 측면에서도 점액은 침착한 성격, 황담즙 위액이 많으면, 속이 쓰리니, 신경질적인 성격, 흑담즙은 검으니 우울한 성격, 영어에서도 melancholy라고 이야기 하지요. 여기서 chole이 바로 담즙입니다. 아무래도 간경화나 황달이 오면 얼굴이 검게 되고 아프니, 우울해지겠지요. 마지막으로 혈액이 많은 사람, 다혈질, 영어로는 mania로 하고, 현대 의학에서는 정신병 환자들이 이런 사람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그래서 이런 병이 있으면 의사들이 정맥을 절개해 피를 뽑는 사혈 요법을 많이 했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워싱톤도 폐렴이 걸렸을 때 과도한 사혈 요법으로 사망을 했습니다.지금에서 보면 말도 않되는 치료법이죠.그러나 정신병이 있는 환자는 피를 뽑으면 아무래도 힘이 빠지게 되니, 그 당시 의사의 관점에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볼 수도 있었겠지요.
가만히 보면 사체액설과 한의학에서이야기하는 사상체질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조화가 깨어지면, 병인 생긴다는 이야기인것이죠.그러나 여기서 머물러 있던 의학은 크게 발전을 하게 됩니다. 가장 큰 차이는 해부학이 발달에 따른 외과술발달, 마취기술로 인해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가 되겠으며, 세균학과 도시가 발전함에 따라 발생하는 역병에 대한 관리, 대중 위생, 그리고 2차 대전 이후로 치료법에 대한 대조군 연구를 통한 효과 검증을 통하여 동일 선상에 있던 의학과 한의학과 크게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의학은 흔히 늘 변하는 학문(ever changing scientific field) 입니다. 부모님 세대에 흔하던 영양실조, 전염병, 기생충 감염 등은 지금은 흔하지가 않습니다. 불치병이라고 여겨지던 에이즈도 이제는 관리가능한 병이 되었지요. 제가 의과대학 졸업할 때만 해도 가장 유행하던 사조가 증거 중심 의학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학계의 권위자의 학설과 치료 방법이 표준 치료법으로 받아들여졌지요. 이 시기에는 대조군과 실험으로 객관적으로 치료법의 효과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Web cloud에 바탕한 big data가 의학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의학은 2000년 전에 발간된 교과서에 고정된 학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의학의 속성 중에서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환자에 대한 철학입니다. 이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동일합니다. 지방관리로서 백성에 대한 애정으로 상한론을 저술한 중국 한나라 시대의 장중경, 치료비가 없는 환자에게 무료 진료를 하면서 받은 살구씨를 집뒤에 심었더니 그 주변이 모두 살구나무 숲이 되었다는 행림의 고사를 만든 후한의 동봉, 임진왜란 이후 핍박받은 백성과 중국에서 벗어나 조선 스스로의 의학을 만든 허준의 동의보감 등 그들의 과학적 혹은 실체적 의학이 오래 이어진 것이 아니라 아픈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오래 이어온 결과이고 이것이 인류와 함께 가장 오래된 학문인 의학이 내려온 이유입니다. 이것은 의학체계를 떠나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저희 전공의들에게 의사가 가져야할 세가지 덕목을 설명합니다. 하나가 환자에 대한 공감능력 (Sympathy), 건강 (Vitality), 그리고 의구심(Curiosity) 이 세가지 입니다. 먼저 건강을 설명하면, 아픈 환자는 아픈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의사는 건강한 기운을 기운을 환자에게 나누어 줄수가 있지요. 또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치료법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학이 발전하지요. 다시 설명드릴 공감능력은 정신적, 감정적으로 환자와 의사간의 일치를 말합니다. 이 환자가 얼마나 아팟으면 나에게 왔을까?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환자에게 왜 아픈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한의학이든 의학이든간, 아픈 원인에 대한 설명하는 체계는 동일합니다. 환자나 가족들 입장에서는 내가 왜 힘들고 아픈지 이해를 하면 견딜 수가 있거든요.
의사로 한의학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면, 한의학에 대한 체계를 모르면서 한의학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마치 한국 사람이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사람은 그냥 사람이지 서양의학적 사람과 동양의학적 사람이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한의학은 2000년 전의 관점으로 사람을 해석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드라마에서 본 한의사의 허준의 모습에서 침을 맞거나, 비상과 같은 독약을 적재 적소에 소량 먹으면, 뇌졸중이나 암이 나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그것은 드라마일 뿐이지요.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의학에 대한 관점은 호의적입니다.
뇌졸중에 대해서 문제를 국한시키겠습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응급 처치를 먼져 해야합니다. 뇌출혈일 경우, 수술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한방 병원에서 할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대부분 큰 병원 응급실로 바로 가야합니다. 뇌경색이라도 6시간 이내라면, 막힌 혈관을 뚫는 응급처치를 통해 죽어가는 뇌조직을 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반드시 큰 병원에서 해야 합니다. 막힌 혈관을 뚫은 처치의 부작용이 뇌출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경외과 의사도 이경우에는 대기를 해야하거든요. 그런데 한방병원에서 6시간 이내에 가도 이런 처치를 할 수 있는 곳이 잘 없습니다.
뇌졸중의 재활치료를 하는 한방병원도 있고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한방 복합진료나, 한방은 부작용이 적어, 몸을 좋게 해서 병을 자연스럽게 낮게 한다는 신념을 가진듯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한의사가 물리치료나 작업치료, 언어치료를 하는 처방권이 없으며, 대부분 이경우에는 의사를 고용해서 재활치료를 처방을 받게 됩니다. 한의사가 있는 요양병원에서도 탕약이나, 침을 치료 받기도 하는데, 탕약의 경우 뇌졸중 이후에 연하장애가 있는 환자에게는 오히려 폐렴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밀림의 성인 슈바이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누구든 자기 몸에 훌륭한 의사가 있다. 진정 훌륭한 의사는 그 환자의 몸안에 있는 의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저도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명의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기술을 가졌다기 보다는 환자에 대해 공감능력을 가지고, 어떤 것이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인지에 대해서 다른 이보다 많이 고민하는 의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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