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棟/내가 만났던 환자와 가족들

내 마음 남들이 몰라주어서 힘들어요.

Re-Happy-Doc 2014. 10. 3. 13:17

대걔, 여자 환자들인데, 진료를 하다보면 이런 말이 오고 갈 때가 있다. 


나는 이렇게 힘들고 아픈데, 왜 남들은 몰라줄까? 라고 말이다. 


Episode I


50대 중년의 여인이었다. 시상 출혈이후에 생긴 좌측의 저린 통증이 주된 호소이다. 시상이라는 곳은 뇌에서 감각을 조절하는 부위이다. 따라서 여기가 손상이 오면 반대측에 저린 통증이 생기는데, 이를 의학적으로는  thalamic pain 혹은 Deserine Lossy syndrome이라고 한다. 여기 시상성 통증은 환자들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데, 정작 허우대는 멀쩡해서 가족들은 꾀병으로 오인하기 쉽고, 아픈 증상도, 고추가루 뿌린듯 한 자극적인 통증이 수시로 오는 것이 특징적이다. 


" 선생님.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그런데, 남들이 몰라줘요"


이 때는 무조건 반말이다. 


" 아니, 환자분 당신은 내가 얼마나 힘든 것 알아? 모르잖아? 어제 술먹고 힘들어도 진료하는 것 알아 몰라? 내가 힘든 것은 이해 받으려고 하면서, 남 힘든 것은 이해 하지 못하려고 하니 이것 도둑놈 심보 아니야? 내 힘든 것은 우리 부모도 모르고 집사람도 모르고 아무도 몰라! 그런데 그 힘든 것을 환자분에게 알아돌라고 하는 것은 내 욕심이라구 ! "


그러자,환자분은 깨달았다는 듯이......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갔다. 이후 환자는 자신의 통증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다음 외래에서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Episode II


70대 초반의 여자 환자였다. 최근 들어 밥도 안먹고 우울하게 지내고, 말도 안한다고 해서, 가족들이 치매가 걱정되어서 왔다고 하였다. 머리 사진 촬영하고 심리검사를 하니 알츠하이머 치매에 합당한 소견이 나왔다. 그래서 약을 먹고 지켜보자고 했다. 할머니와 가족들은 처음에는 같이 오더니만 나중에는 혼자서 왔다. 조금 친해지니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 젊어서 부터 일하러 연탄배달, 장사까지 안해본 것이 없는데, 남편은 남 보증 선다고 재산을 다 날렸어요.그리고 밖에서는 굽신굽신 거리는 데, 아직도 나에게 힘들게 큰 소리를 칩니다. 내 청춘은 다가버리고 아직도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데, 마흔이 되어도 결혼하지 않은 아들과 딸이 있어요. 나는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데, 그것을 몰라주고, 저것들은 내가 밥을 안 먹어도 잘도 밥을 먹어요."


할머니는 치매가 아니라 노년기 우울증이었던 것이다. 


"할매, 내 힘든 것 할매가 어떻게 알아! 할매 힘든 것 또한 내가 알 수 없어. 그럼 할매는 자식들이 얼마나 힘든 것은 알고 있냐구? 아들 딸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서 살겠어? 내가 남의 마음을 모르는 데,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 아니냐구. 말을 하시라구 말을 해! 자식들에게 힘든 것을 말을 해야지 자식들도 이해를 하지.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자식들이 할매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해. 내가 배 아퍼 낳은 자식이면 그 자식들이 내 마음을 이해해줄 것 같애? 나도 우리 엄마 아버지,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지 모르고 대구에서는 저그 자식 서울 큰 병원에 의사한다고 큰 소리 치고 있어. 자기들 입장에서는 자랑하는 것이 좋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것 다 자기들 우쭐대기 위함이라구. 그리고 봐, 할매 할매가 걱정되니까 할매데리고 병원에 데리고 왔지. 할매가 그냥 혼자 병원에 왔겠어? 그리고 내 입장만 생각하지 말라구. 자식들이 그렇게 사니 할매가 마음이 아프지? 자식도 똑 같애. 할매가 밥안먹고 걱정만 하고, 구석에 처박혀 있으니까 마음이 아프니까 병원에 데려온 것이 아니겠어? 누가 누굴 위한다고 그래? 할매가 잘 사는 게 자식들에게 잘 해주는 것이야. 걱정끼치지 않는게. 자식들도 마찬가지구.


그러자 할머니는 잘 알았다고 하면서, 정신과에서 치료 받으라는 것을 거부하고 그냥 약만 받고 갔다. 


한달뒤, 할머니는 밝은 표정을 하고 왔다. 


"선생님 말씀 처럼 제가 가족들에게 제 힘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가족들도 미안해 하면서 잘 알겠다고 하더군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제서야 제 마음이 응어리가 맺혔던 것이 많이 풀어졌습니다."


하루는 여자 대학 동기와 전화 통화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가 동기로 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는 여자 마음 잘 몰라주잖아. 여자는 말을 안해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래. 말을 하면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해"


그러자 내가 되받아 말을 했다. 

"니는 남자 마음을 잘 아냐? 아니 여자들은 왜 남을 이해하지는 못하면서 이해받기를 바래? 내가 남을 이해 못한다면 남이 나를 이해해달라는 것은 아이러니 아니야? 말을 해야 알지 왜 말을 안해?"


세상에 내가 힘든 것은 아무도 모른다. 남은 단지 남일 뿐. 이해를 할려고 해도 다 이해 해 줄수가 없다. 가족이나 아내, 친구들도 이해를 많이 할 뿐 다들 그들도 자기 입장이 마련이다. 그러니  내 마음을 남들이 알아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몰라주는 것이 당연하다. 병원에 의사들이 어떻게 환자들의 마음을 다 알겠는가? 내 마음 이전에 남 마음을 아는지 고민해보고, 만약 내가 남의 마음에 대해서 모른다고 생각하면 남이 내 마음을 알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마음이 훨씬 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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