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棟/내가 만났던 환자와 가족들

민아 엄마

Re-Happy-Doc 2015. 3. 7. 11:37

이름은 예쁘고 쎅씨한 민아는 무려 나이가 32살이지만, 하는 짓은 한 살 어린애이다. 그래서 그런지 성인인 민아씨를 나는 항상 어린애처럼 대했고 엄마도 항상 민아 엄마라고 부른다. (여자는 확실히 애를 놓고 나면 이름이 없어지나 보다.)

 

일산과 화정 사이에 대곡역이 있는데, 여기는 아직 개발이 되지 않아, 논과 밭이 있다. 아마 동네 이름이 대장동, 여기 토박이들은 대장리라고 부른다. 그 사이 사이에 비닐하우스가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비닐하우스는 작물을 키우는 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비닐로 만든 집에 사람이 사는 곳이다.  민아네 집은 겉은 검은 비닐로 차양막을 둘러놓고, 또 주변에는 부직포로 둘러, 사람이 사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허름하였다.

 

내가 처음 민아를 만나던 날............

 

아... 이렇게도 사람이 살아가는 구나.......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30대가 넘은 여인이라기 보다는 뼈만 앙상하고, 부정위형 뇌성마비로 얼굴과 목은 항상 시도 때도 움직이고, 무엇보다도 턱이 빠져서 얼굴 부위가 심하게 돌아갔다.

 

그래도 민아 엄마는 " 우리 민아 그래도 예쁘지요? 빨리 일어나 앉아서 시집가야 할 텐데.. 시집간다는 말을 하면 그렇게 좋아해요..."

 

턱때문에 입이 맞춰지지 않아, 보톡스 주사를 턱근육에 주사를 놓아 맞추기로 하였고 .이런 부정형 뇌성마비는 경추의 퇴행으로 인해 척수 손상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경추 자기공명 영상을 입원해서 촬영하기로 하였다.

 

다행히도 경추에는 손상이 없었고, 보톡스도 입에 잘 들어가 턱이 잘 맞추어 졌다.

 

그렇게 민아 엄마하고 나하고 인연이 맺어졌다.

 

민아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한번은 이런 비닐하우스에 살다가 불이나서, 민아가 죽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장례치를려고 관에까지 넣었다가, 뭍기전 가는 모습 한 번 보려다가 보니 살아 있었어요. ........."

 

인생이란 누구든지 태어나고 죽는 시간까지 주어진 시간을 말한다. 등산으로 비유하자면, 밑에서 끝까지 올라가는 등반길에, 정상에 대한 결과는 이미 알고 있다.  등산을 가는 것은 친구랑 같이 가면서 산도 보고, 들도 보고, 무거운 생각도 버리고, 그런 재미로 산을 가는 것이지, 꼭대기에 오르려고 가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은 과정에 누구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그 사람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백지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 하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내 인생의 그림에서 민아와 민아엄마가 한 구석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病棟 > 내가 만났던 환자와 가족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병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0) 2015.03.22
총장 할매  (0) 2015.03.14
내 마음 남들이 몰라주어서 힘들어요.   (0) 2014.10.03
촌지  (0) 2013.05.29
모성애에 대하여  (0) 201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