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칼국수에 칼이 없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역사가 짧은 미국에 역사가 있다.
흔히들,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역사가 짧은 나라라고 이야기 하지만, 미국은 그래서 인지, 자기들의 역사에 대해서 보존하려는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지만, 역사를 대표하는 건물들이 존재하지 않고, 특히 개발이다, 재개발이다고 해서 도시나 혹은 유서 깊은 사적지들이 자기의 모습을 제대로 갖고 있지 않다. 근대 건물도 마찬가지인데, 세브란스병원이 항상 주장하는 것이, 서양의료를 도입한 최초의 병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서울대 병원이 시계탑을 가지고 먼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안타깝게도 세브란스 병원의 원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말그대로 실체는 없고 주장만 있는 것이다.
미국은 건물을 지을 때도 수십년 아니 수백년을 내다보고 짓는 것 같다. 내가 있는 Columbia University medical center도 1960년대에 병원 건물이 만들어졌고, Neurologic institute는 거의 지은지 거의 100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까지 새딱하다. Brooklyn Bridge나 Manhattan Bridge 아래의 옛 공장 건물도 지금은 상점 혹은 거주지로 재개발 했으나, 마치 적의 탱크를 막기 위해 만든 것 같은 쇠로 만든 육중한 입구 문이라던지, 쇠로 틀이 지어진 두터운 창문틀은 아직도 여전하다.
지금 서울역 고가 도로를 공원화 하는 것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이 뉴욕의 Highline Park이다. 원래 Low manhattan을 가로지르는 공업용 철도길이었으나, 공장이 이전한 후에 이용가치가 없어진 고가 철길을 방치해두다, 이것을 산책로로 만들었다. 철거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데 비하여, 재개발 이후로 오히려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뉴욕의 명물이 되었다. 마치 장자에서 나오는 "무용의 용"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나는 Oreo라는 미국 비스켓을 너무 좋아한다. 너무나 달아서 나같은 호불호가 분명한 과자이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먹게되면 한줄이나 한 통을 다 먹게 되어, 연수 오자 마자 많이 사먹었다가, 너무 중독되는 것 같아 요즘에는 아예 사지를 않는다. 이 Oreo 를 만드는 회사가 Navisco라는 회사인데, Navisco 옛 공장을 개조해서 Chelsea Market이 되었고, 여기서 14번가 부터 34번가 Hudson Yard까지 이어진다.
여기가 멀리서 본 Chelsea Market
맞은 편에는 Google이 떡 하니 있다. 매일 Google site의 표지가 바뀌듯, 여기 간판도 상황에 따라 바뀐다. 예전에 Gay parade 에서는 LGBT의 상징인 무지개 색으로 빠뀐 Google의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이 좀 흔들렸네. 기능을 다한 이전 공장의 파이프들이 천장위로 돌아다닌다. 이렇게 보면 예전 세브란스 병원의 천장과 똑같다. (요즘에는 제중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
때마침 Halloween 이어서 Jack O Lantern을 위한 Pumpkin이 쌓여져 있고..... 나중에 Season을 다하면 저 호박들은 누가 나중에 먹을까?
흔들려도 운치가 있네, 이래 보니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느낌이다
시계와 공장 파이프. 뭔가 일맥 상통한 느낌이다. 이전의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으로 온 느낌. 그러나 예전과 지금은 이어진다는 느낌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가?)
Chealsea Market을 나와서 2층으로 올라 왔다. 항상 Hudson Yard방향으로 나아갔으나, 이번에는 반대방향으로 먼저 걸어갔다.
액자에 걸리 가을의 한 장면 같다. 옛공장의 기둥 사이로 뉴욕의 가을이 걸려 있다.
하늘의 구름은 푸른 강에 떠내려 가는 유빙과 같은 느낌이다.
요리의 decoration처럼 마른 풀가지들은 가을날씨를 더욱 깊게 하고
미국에 가면 어디든 성조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극기가 관공서, 독립운동, 순국 선열, 대한독립 만세 등 처절하고 엄숙한 분위기라면, 뉴욕에서 성조기는, 늘 곁에 있다는 친근한 느낌이고, 강바람을 버티고 서 있는 성조기는 역동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New Yorker 들의 여유, 햇빛은 강렬하나, 그것처럼 허드슨 강바람도 그렇다. 선그라스와 외투, 그리고 연인끼리 누워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 은 햇빛과 강바람처럼 또한 강렬하다. 여기서 나는 없지만, 사진을 찍는 내그림자도 강렬하게 나와있다.
사람일까?
근데 이게 여기에 왜 있을까? 그는? 그리고 이것은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일까?
다가가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그러나 사람들은 재미 있는 듯 하다.
For whom the bell tolls?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이렇게 장난 치는 애를 위해서 울리는 것 같다. 마치 초인종 누르고 도망가는 애들처럼, 종을 울리고 급하게 도망가는 꼬맹이들
누군가 쓴 글이다. I want로 이어진 글은 필시 이전에 피천득 선생님의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흉내낸 것이 분명하다. 여기의 필자는 AIDS를 가진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아마도 제목은 "내가 원하는 것들이 아닐까?"
햇빛과 유리에 반사된 햇빛, 당구대에서 공의 궤적과 흡사하다.
가을이지만, 햇빛은 여름과 다르지가 않다.
그래서 인지 조금 전 그가 있었던 이유를 간판을 보고서야 이해가 된다. "Beyond this point, You may encounter Nude sunbathers"
역할을 잃어벌리고 역사가 되어 버린 철길..... 우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다.
낙엽지는 가을처럼, 철길도 가을이 들고, 사람의 인생도 가을이 들기 마련이다. 전성기 때가 아름답지만, 그때는 아름다움을 느낄만큼 여유를 아무도 가지질 못한다. 이 철길 또한 마찬가지 였으리라. 전세계에서 온 원료들이 철길을 딛고 공장으로 갔으며, 또 만들어진 제품은 전세계로 나갔을 것이다. 그 때는 그 시절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힘들고 괴롭고 정신 없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이제 역할을 다하고, 자기를 딛고 나아가던 기차가 사라진 지금 ....... 어찌보면 쇠락한 모습이지만, 가을이 가을이어서 아름답듯이, 철길 또한 철길이어서 아름답다.
사마천의 자치통감은 항상 이렇게 끝을 맺곤 한다. "가히 이러한 자만이 황제로 불리울 만하다. " Empire state Building은 그래서 Empire state Building으로 불릴만 하다. 멀리서도 황제처럼 가을 파란 하늘을 압도하고 있는 위용이다.
로우 맨하탄은 공사중이다. 힌두교인들이 보면, 비슈누와 시바, 브라만, 이 삼주신은 공사장에서도 존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파괴가 있어야 창조가 있고 현상 유지가 있다는 것, 그래서 파괴라는 말은 결과가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가을이라서 마른 풀잎사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을이 있어서 국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국화가 있어서 가을이다.
옛 철길과 지금의 철길, 바닷길과 하늘 길은 모두 Hudson Yard에 모아지고
역사는 기억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고 강물처럼 이어진다.
뉴욕의 겉은 화려하지만 틈새는 의외로 소박하고
치욕의 끝
- 이성복
치욕이여.
모락모락 김나는 한 그릇의 쌀밥이여, 꿈꾸는 일이 목 조르는 일 같아
우리 떠난 후에 더욱 빛날 철길이여
허드슨 강변 위로 해가 넘어 가면서
10가 위에 있는 휴업중인 New Yoker의 영업 시간 개시를 알리고 있다.
세월이 바뀌어도 추석에 차례를 지내듯, 뉴욕 한 복판에서도 옥수수대와 늙은 호박이 시절을 중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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